땅콩을 심어 놓고 그냥 물만 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처음 몇 해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수확철에 흙을 파헤쳐 보면 꼬투리가 텅텅 비어 있거나, 한 포기에서 손에 꼽을 만큼만 나오는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원인은 단 두 가지였습니다. 추비 시기를 놓친 것, 그리고 자방병이 땅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멀칭 비닐이 막고 있었던 것. 이 두 가지를 바로잡고 나서야 수확량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꽃이 피는 순간이 추비 타이밍이다땅콩의 전체 생애 주기는 대략 135일, 약 네 달 반입니다. 이 기간을 45일 단위로 3등분하면 각각 중요한 생육 변환점과 맞아떨어집니다. 제가 직접 재배 일지를 써가며 확인한 결과, 이 45일 주기는 꽤 정확하게 들어맞았습니다.첫 번째 변환점은 개화기(開花期)입니다. 개화기란 식..
솔직히 저는 올해 8월에 배추 모종을 심으면 다 죽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한낮 땡볕 아래 심어놓은 모종이 다음 날 아침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의 그 허탈함은 겪어봐야 압니다. 2026년처럼 유달리 더운 여름에는 전문 농가 기준의 파종 일정을 텃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파종 시기, 왜 올해만큼은 달라야 할까요?일반적으로 알려진 겨울 김치용 배추의 파종 시기는 중부 지방 기준으로 8월 초에서 중순 사이입니다. 여기서 파종(播種)이란 씨앗을 밭에 직접 뿌리거나 트레이에서 싹을 틔우는 작업 전체를 가리킵니다.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이식(移植)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두 단계 모두 기온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기온이 35도를 넘어가는 날에 트..
솔직히 저는 배추 농사를 만만하게 봤습니다. 몇 년 전, 밭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모종부터 사 들고 나갔다가 결구(結球)가 하나도 안 된 채로 수확철을 맞았습니다. 여기서 결구란 배추 속이 동그랗게 꽉 차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게 안 되면 배추를 기른 게 아니라 그냥 잎 채소 하나 키운 셈입니다. 그 해 김장은 결국 포기당 만 원이 넘는 시장 배추로 때웠습니다. 80포기면 계산이 금방 나오죠. 그 실패 이후로 배추만큼은 순서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따져보게 됐습니다.밭 만들기: 석회고토·퇴비·붕소의 순서가 전부입니다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석회고토(苦土石灰) 사용 시기였습니다. 석회고토란 토양 산도(pH)를 교정하고 마그네슘을 보충하는 토양 개량제로, 배추를 심기 직전에 퇴비와 함께 뿌리..
9월 중순에 배추를 심으면 결구가 안 된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저도 처음엔 그 말을 믿고 무조건 8월 말에 서둘러 심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밭에 나가보니 혹독한 더위에 어린 모종이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걸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심는 날짜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결구 형성, 날짜보다 온도가 먼저입니다8월 30일에 심어야 결구가 생기고 9월 10일에 심으면 결구 없이 수확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초 중부 지방 낮 기온이 32~34도를 오르내리던 날, 8월 말에 심어둔 배추 모종들이 뿌리도 제대로 못 내리고 시들어가는 걸 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배추는 냉량 작물(cool-season cr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