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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을 심어 놓고 그냥 물만 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처음 몇 해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수확철에 흙을 파헤쳐 보면 꼬투리가 텅텅 비어 있거나, 한 포기에서 손에 꼽을 만큼만 나오는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원인은 단 두 가지였습니다. 추비 시기를 놓친 것, 그리고 자방병이 땅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멀칭 비닐이 막고 있었던 것. 이 두 가지를 바로잡고 나서야 수확량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꽃이 피는 순간이 추비 타이밍이다
땅콩의 전체 생애 주기는 대략 135일, 약 네 달 반입니다. 이 기간을 45일 단위로 3등분하면 각각 중요한 생육 변환점과 맞아떨어집니다. 제가 직접 재배 일지를 써가며 확인한 결과, 이 45일 주기는 꽤 정확하게 들어맞았습니다.
첫 번째 변환점은 개화기(開花期)입니다. 개화기란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로, 땅콩에서는 단순히 꽃이 예쁘게 핀다는 의미를 훨씬 넘어섭니다. 꽃이 진 자리에서 자방병(子房柄)이 출현하고, 이 자방병 끝에서 땅콩 꼬투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개화기를 놓치면 그 이후의 결실 전체가 흔들립니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이 바로 추비(追肥)입니다. 추비란 작물이 한창 자라는 도중에 부족한 양분을 보충해 주는 웃거름을 말합니다. 제가 처음엔 요소 비료 하나만 뿌려 줬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부족했습니다. 질소만으로는 이 복잡한 생육 전환을 제대로 지원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성분을, 어디에 주어야 하는가
1차 추비에는 질소(N)와 칼리(K), 여기에 칼슘과 마그네슘까지 골고루 들어간 NK 복합 비료가 효과적입니다. 칼리는 줄기와 잎에 있는 양분을 땅속 꼬투리 쪽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칼슘은 꼬투리 속 알맹이가 충실하게 차도록 도와주는 양분입니다. 이 두 성분이 빠지면 겉보기엔 멀쩡해도 속이 빈 꼬투리가 많아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수확 때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입니다.
비료를 주는 위치도 중요합니다. 1차 추비 시점에는 줄기가 아직 서로 닿을 듯 말 듯 자라고 있으므로, 줄기와 줄기 사이 흙에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넣어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뿌리 손상 없이 흡수 효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2차 추비는 45일 뒤, 보통 장마가 끝난 직후가 됩니다. 그때는 줄기가 훨씬 퍼져 있어서 두둑 가장자리 쪽으로 위치를 옮겨야 뿌리에 직접 닿는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작물별 표준 시비량 자료에 따르면, 땅콩 재배 시 칼리 성분과 칼슘의 충분한 공급이 꼬투리 충실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전문 기관의 데이터도 제 텃밭 경험과 방향이 같았습니다.
- 1차 추비: 개화기 확인 후 즉시 — 줄기 사이 중앙부에 시비
- 2차 추비: 1차로부터 45일 후(장마 직후) — 두둑 가장자리에 시비
- 사용 비료: 질소+칼리+칼슘+마그네슘 복합 성분 권장
- 3차 수확: 2차 추비로부터 다시 45일 후
자방병을 모르면 멀칭 비닐이 흉기가 된다
땅콩을 처음 키울 때 저도 막연히 뿌리 작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확할 때 포기를 뽑아 보면 땅속에서 꼬투리가 주렁주렁 달려 나오니 그렇게 오해할 만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틀린 인식입니다.
땅콩은 자방병(子房柄)이라는 기관을 통해 결실합니다. 자방병이란 꽃이 진 뒤 씨방 아래에서 자라나는 줄기 형태의 기관으로, 땅을 향해 자라 내려가 흙 속에 닿은 뒤 그 끝에서 꼬투리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즉 땅속 뿌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상의 줄기에서 출발해 스스로 땅을 뚫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수확 때 뿌리와 자방병이 한꺼번에 딸려 나오니 구분이 안 될 뿐입니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멀칭 비닐이 왜 문제가 되는지 바로 보입니다. 자방병은 땅속으로 들어가야만 꼬투리를 맺을 수 있는데, 비닐이 덮여 있으면 그 진입 자체가 막힙니다. 땅에 닿지 못한 자방병은 꼬투리를 맺지 못하고 그냥 퇴화해 버립니다. 한 포기에서 몇 알밖에 수확하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사실을 모르고 첫 해를 보내고 나서야 왜 수확량이 그토록 적었는지 이해했습니다.
비닐 처리와 자방병 유도 — 현실적인 방법
비닐을 한꺼번에 걷어내면 수분 증발과 잡초 발생이 급격히 심해집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포기마다 10cm 정도씩만 구멍을 넓혀 주는 것이었습니다. 자방병이 드나들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는 절충안입니다. 이후 장마 직전에 상판 비닐 전체를 걷어냅니다.
그리고 자방병이 땅과 더 가까워지도록 유도하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북주기(培土)라는 방법을 씁니다. 북주기란 포기 주변으로 흙을 끌어 모아 두둑의 높이를 높여 주는 작업으로, 자방병과 지면의 거리를 좁혀 땅속 진입을 쉽게 해 줍니다. 다만 흙이 많이 필요하고 주변이 파이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실제로 써봤는데 더 손쉬운 방법이 활대나 지주대를 줄기 위에 살짝 올려 눌러 주는 것이었습니다. 줄기가 옆으로 퍼지면서 지면에 가까워지고, 자방병이 더 짧은 거리에서 땅을 파고들 수 있습니다. 비닐까지 제거한 상태라면 효과가 배로 납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땅콩 재배 기술 자료에서도 자방병의 입토(入土) 유도가 수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자주 묻는 질문
Q. 땅콩 추비는 언제 줘야 하나요?
A. 꽃이 피기 시작하는 개화기가 1차 추비의 신호입니다. 파종 후 대략 45일 전후가 기준이 되지만, 정확한 날짜보다는 꽃이 달렸는지 직접 확인하는 편이 더 확실합니다. 2차 추비는 1차로부터 45일 뒤, 보통 장마가 끝난 직후에 실시합니다.
Q. 멀칭 비닐을 언제 걷어내야 하나요?
A. 꽃이 피고 자방병이 보이기 시작하면 포기마다 비닐 구멍을 10cm 정도 넓혀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전체를 한꺼번에 제거하면 수분 손실이 급격히 커지므로, 장마 직전에 상판 비닐 전체를 걷어내는 방식을 권합니다.
Q. 땅콩이 뿌리 작물 아닌가요?
A. 뿌리 작물이 아닙니다. 자방병이라는 기관이 지상 줄기에서 발생해 땅속으로 파고들어 꼬투리를 맺는 구조입니다. 수확할 때 뿌리와 자방병이 함께 딸려 나와서 헷갈릴 뿐, 출발점은 분명히 줄기입니다.
Q. 추비에 요소 비료만 써도 되나요?
A. 요소 비료는 질소만 공급하므로 땅콩 추비로는 부족합니다. 꼬투리 충실도를 높이려면 칼리와 칼슘 성분이 반드시 포함된 복합 비료를 써야 합니다. 칼리는 양분 이동을, 칼슘은 알맹이가 꽉 차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Q. 땅콩 수확은 언제 할 수 있나요?
A. 파종 후 약 135일이 기준입니다. 45일 단위로 나누면 1차 추비(개화기) → 2차 추비(비대기) → 수확 순서가 됩니다. 2차 추비 후 45일이 지나면 잎이 노래지고 꼬투리 그물 무늬가 뚜렷해지는 수확 신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
땅콩 재배에서 수확량을 갉아먹는 원인은 대부분 이 두 가지로 모입니다. 추비 시기를 놓치거나, 자방병이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멀칭 비닐이 막고 있는 것. 둘 다 모르면 한 포기에서 몇 알밖에 못 건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제가 몇 해를 그 실수로 보냈기 때문에 더 확실히 압니다.
꽃이 피면 즉시 NK 복합 비료로 1차 추비를 실시하고, 비닐 구멍을 넓혀 자방병 입토 경로를 열어 주십시오. 장마 직후 2차 추비로 비대기(肥大期)를 지원하면 그때부터 꼬투리가 제대로 차기 시작합니다. 비대기란 꼬투리가 팽창하며 알맹이가 충실해지는 시기를 말합니다. 이 흐름을 한 번 제대로 경험하고 나면 그 이후 재배는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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