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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겉잎이 시퍼렇게 멀쩡해 보이는데 칼을 대면 속이 텅 비어 있던 적,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8월 20일에 모종을 심어 40일째 되던 날 처음으로 결구가 시작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겉으로는 잘 자라는 것 같았는데, 물 관리 하나를 바꾼 뒤로 속이 차는 속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결구 시점에 놓치기 쉬운 물주기, 2차 추비, 그리고 잎 벌려주기 작업까지 제가 직접 해본 방식을 기록합니다.
결구 시작 후 물주기와 추비,팩트부터 짚기
일반적으로 배추는 물을 사흘에 한 번 주면 충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결구(結球) 시점에는 이 기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구란 배추 안쪽 잎들이 안으로 오므라들며 속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때 잎 하나하나가 수분을 팽압(膨壓)으로 버텨가며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물이 부족하면 껍데기만 큰 공갈 배추가 됩니다.
출처: FAO(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배추 한 포기가 하루에 소비하는 물의 양은 약 1L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1L 우유팩 한 개 분량을 매일 뿌리로 빨아올려 잎으로 내보내는 셈입니다. 텃밭에서 물뿌리개로 한 바퀴 휙 돌리는 정도로는 이 수요를 채울 수 없습니다.
저는 3~4일에 한 번, 스프링클러로 3시간씩 흙속 깊이 물이 스며들도록 주고 있습니다. 주말 농장처럼 자주 나오기 어렵다면 한 번에 포기당 7L 이상은 들어가야 속이 찬다는 게 제가 실험해보며 확인한 수치입니다. 고랑까지 물이 흥건히 고일 만큼 줘야 겨우 흙 속 깊이 닿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2차 추비(追肥)도 이 시점에 함께 이뤄져야 효과가 납니다. 추비란 작물이 자라는 도중에 추가로 주는 웃거름을 뜻합니다. 1차 추비가 겉잎을 키우는 질소(N) 위주였다면, 결구가 시작된 이후의 2차 추비에서는 요소를 빼고 인산(P)과 칼리(K), 고토(苦土·마그네슘)가 포함된 NK 비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는 부속밭에서는 요소 사용을 거의 안 하는 편인데, 배추만큼은 1차 때 요소를 씁니다. 2차부터는 요소를 완전히 끊고 NK 계열로만 줍니다. 몸집은 이미 1차 때 다 만들었고, 이제는 속을 채울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 결구 시작 후 물은 3~4일에 한 번, 고랑까지 흠뻑 (포기당 7L 기준)
- 2차 추비는 요소 제외, 인산·칼리·고토가 담긴 NK 비료로 전환
- 뒤늦게 자라는 어린 모종에만 예외적으로 NK 반 컵 추가 가능
- 물이 충분히 스며든 뒤라야 추비 성분이 뿌리에 흡수됨

잎 벌려주기와 방제,제가 직접 해보니 달랐습니다
배추 잎을 그냥 두면 속이 더 잘 찬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결구 초기에 겉잎을 일부러 벌려주는 작업을 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잎이 자라면서 까칠한 잔털끼리 서로 엉겨 붙거나 바람에 쓸리다 보면,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좁아집니다. 그 틈새에 진딧물이나 애벌레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결구가 진행될수록 방제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결구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 바깥쪽 겉잎을 한두 바퀴 분량 정도 손으로 살살 벌려 안쪽 공간을 넓혀줍니다. 배추가 새 잎을 몇 장 더 만들 여유 공간을 확보해주는 셈입니다. 실제로 이 작업을 2회 반복한 포기들은 그렇지 않은 포기보다 속이 더 촘촘하게 찼습니다. 강원도 농가에서도 수년째 써온 방법이라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따라 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잎을 제거하거나 꺾으면 역효과입니다. 광합성을 담당하는 겉잎이 줄어들면 속이 차는 동력 자체가 떨어집니다. 조금씩, 천천히가 핵심입니다.
방제 쪽에서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진딧물(진물)은 나방 애벌레와 달리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결구가 시작되며 잎이 오므라들기 전에 속으로 파고들면 그 이후에는 약이 닿질 않습니다. 출처: 농촌진흥청에서도 배추 결구기 이전 진딧물 방제 타이밍을 강조하고 있는데, 저도 그 부분에서 한 번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결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나방 약과 진딧물 약을 함께 섞어 씁니다.
농약 살포 시에는 전착제(展着劑)를 반드시 같이 넣습니다. 전착제란 약액이 잎 표면에 고르게 퍼지고 오래 붙어 있도록 돕는 보조제입니다. 전착제 없이 치면 배춧잎 표면의 왁스층 때문에 약이 겉돌다 흘러내립니다. 저는 요즘 풀빅산(Fulvic Acid)과 구연산이 포함된 연면시비 제품을 농약과 함께 약통에 넣어 한 번에 처리하고 있는데, 엉기지 않고 잘 섞여서 편합니다. 풀빅산이란 토양 유기물에서 추출한 저분자 물질로, 작물의 영양 흡수를 돕는 기능을 합니다.
저는 화학 농약 5일, 생물 농약(님 오일, 스피노사드 계열) 5일로 번갈아 방제하고 있습니다. 10월에 비가 예보되면 그 전날 노균병·무름병 약을 추가로 섞어 치면 이후 걱정이 크게 줄어듭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비 맞은 뒤 무름병이 올라오는 속도가 방제 여부에 따라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추 결구가 시작됐는데 속이 안 차는 이유가 뭔가요?
A. 대부분 물 부족이 원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흘에 한 번 물을 주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결구기에는 포기당 하루 1L씩 소비하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고랑까지 흠뻑 스며들도록 충분히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물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속이 빈다면 겉잎이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결구가 시작된 경우일 수 있으니, 1차 추비 타이밍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2차 추비할 때 요소를 계속 써도 되나요?
A. 결구가 시작된 이후에는 요소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요소는 질소 성분이 강해 잎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지만, 이 시점에는 몸집보다 속을 채우는 게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2차 추비부터는 인산과 칼리, 고토가 포함된 NK 비료로 전환했을 때 속이 더 단단하게 찼습니다.
Q. 배추 겉잎을 벌려줘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결구 초기에 바깥쪽 잎들이 엉겨 붙으면 속으로 통하는 공간이 좁아지는데, 이때 손으로 살살 겉잎을 벌려 내부 공간을 확보해주는 작업입니다. 새 잎이 자랄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 한 번에 너무 많이 제거하면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므로 조금씩 두 번에 나눠 하는 것이 제가 써본 방식입니다.
Q. 진딧물 방제는 언제 해야 효과가 있나요?
A. 결구가 시작되어 잎이 오므라들기 전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방 애벌레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진딧물은 눈에 잘 안 띄는 데다 속으로 파고들면 약이 닿지 않습니다. 저는 그 시점을 놓쳐 한 번 낭패를 봤고, 그 이후로는 나방 약에 진딧물 약을 반드시 함께 섞어 처리합니다.
결론
김장날 칼을 댔을 때 속이 꽉 찬 배추를 보려면, 지금 이 시기가 사실상 승부처입니다. 겉잎이 멀쩡하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물을 충분히, 깊이 주고, 2차 추비는 NK 비료로 바꾸고, 결구 초기에 잎을 살살 벌려 공간을 열어준 뒤, 진딧물까지 잡아야 10월 말에 제대로 된 통 배추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네 가지를 순서대로 챙긴 포기와 그렇지 않은 포기를 같은 밭에서 비교해봤습니다. 결과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아직 결구 초입이라면 지금 당장 물부터 확인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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