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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기초

배추 심기 완전정복 (밭 만들기, 모종 정식, 해충 관리)

클홍 2026. 9. 25. 18:39

목차


    솔직히 저는 배추 농사를 만만하게 봤습니다. 몇 년 전, 밭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모종부터 사 들고 나갔다가 결구(結球)가 하나도 안 된 채로 수확철을 맞았습니다. 여기서 결구란 배추 속이 동그랗게 꽉 차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게 안 되면 배추를 기른 게 아니라 그냥 잎 채소 하나 키운 셈입니다. 그 해 김장은 결국 포기당 만 원이 넘는 시장 배추로 때웠습니다. 80포기면 계산이 금방 나오죠. 그 실패 이후로 배추만큼은 순서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따져보게 됐습니다.



    밭 만들기: 석회고토·퇴비·붕소의 순서가 전부입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석회고토(苦土石灰) 사용 시기였습니다. 석회고토란 토양 산도(pH)를 교정하고 마그네슘을 보충하는 토양 개량제로, 배추를 심기 직전에 퇴비와 함께 뿌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석회고토와 퇴비를 동시에 넣으면 퇴비 속 질소 성분이 암모니아 가스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석회고토는 텃밭이 쉬는 2~3월에, 배추를 심기 최소 한 달 전에 넣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배추 심기 코앞에 놓쳤다면, 그냥 건너뛰는 게 낫습니다.

    가축분 퇴비도 마찬가지입니다. 퇴비를 넣고 최소 7일은 지나야 합니다. 이틀 사흘 만에 모종을 심으면 퇴비 가스가 뿌리를 태워 지상부는 멀쩡해 보여도 땅속에서는 이미 손상이 시작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렇게 심은 배추는 수세(樹勢)가 처음부터 뒤처져서 나중에 비료를 아무리 줘도 결구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수세란 작물의 전반적인 생육 기세를 말하며, 초기에 한번 꺾이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밭 만들기에서 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붕소(Boron) 보충입니다. 붕소는 세포벽 형성과 탄수화물 이동에 관여하는 미량원소로, 배추에서 붕소가 부족하면 속이 시커멓게 썩거나 결구 자체가 안 됩니다. 이른바 붕소결핍 증상입니다. 붕사(硼砂) 기준으로 한 평에 5g이면 충분한데, 5g이 어느 정도냐면 손가락 세 개로 살짝 집으면 딱 그 정도입니다. 이 작은 양을 빠뜨려서 한 해 김장 배추를 통째로 버리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저는 다섯 평 밭에 붕사 25g, 토양 살충제, 뿌리혹병 살균제를 권장 사용량에 맞게 함께 넣었습니다.

    • 석회고토 — 2~3월 비시즌에 투입. 배추 심기 전에 넣으면 붕소가 토양에 고정되어 결구 불량 유발
    • 가축분 퇴비 — 투입 후 최소 7일 경과 후 정식. 그 이전 정식은 뿌리 가스 피해로 수세 저하
    • 붕사 — 한 평당 5g. 붕소결핍 방지, 결구 완성의 핵심 미량원소
    • 토양 살충제 — 효능 표기에 '벼룩잎벌레' 포함 제품 선택
    • 살균제 — '뿌리마름병·뿌리혹병' 표기 제품 선택
    요약: 석회고토·퇴비·붕사의 투입 시기와 순서를 지키는 것이 결구 성패를 가르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밭 만들기
    밭 만들기

    모종 정식: 침지 처리 한 번이 농약 여러 번을 대신합니다

    모종을 고를 때도 기준이 있습니다. 잎이 까칠까칠하고 빳빳하게 힘이 있어야 하고, 포트 바닥을 뒤집어 보면 잔뿌리가 촘촘하게 감아돌아 있어야 합니다. 이런 모종이 활착(活着)이 빠릅니다. 활착이란 정식한 모종이 새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 속도가 빠를수록 초기 생육에서 앞서 나갑니다. 흐물흐물하거나 웃자란 모종은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뿌리 활착제나 해조 추출물에 모종을 1~2분 침지(浸漬)하고 심는 방법인데, 침지란 모종의 뿌리 부분을 용액에 담가 성분을 흡수시키는 처리를 말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반신반의하면서 한 번 해봤는데, 초기 활착 속도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침지 후 그늘에서 한 시간 두었다가 심으면 뿌리가 충분히 흡수할 시간이 생기고, 남은 용액은 버리지 않고 심은 구멍 주변 토양에 뿌려주면 미생물 밀도를 높이는 데 씁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정식 초기 뿌리 환경이 배추 전체 생육 기간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여러 시험 결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심는 방식도 두 가지를 경험해봤습니다. 정석대로 비닐 구멍에 바로 심는 방법도 있지만, 고온기에는 흙을 먼저 소복하게 쌓아 올린 뒤 손가락으로 모종 크기만큼만 구멍을 내서 심는 방법이 훨씬 안전합니다. 흙을 넓게 북돋아 주면 비닐 아래 지온(地溫)이 분산되어 모종이 열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여기서 지온이란 지표면 아래 토양의 온도를 말하며, 고온기에는 이 지온이 40도를 넘기도 해서 뿌리 손상의 직접 원인이 됩니다. 한낮 기온이 32~33도를 넘는 날이 이어진다면 모종 위에 종이컵이나 전용 캡을 씌워주되, 3일을 넘기면 잎 색이 연해지니 반드시 제때 제거해야 합니다.

    요약: 침지 처리와 흙 북돋기 정식법이 고온기 모종 생존율과 초기 활착 속도를 동시에 높이는 핵심입니다.

     

    해충 관리: 한랭사 하나로 농약 횟수를 절반으로 줄인 이유

    배추를 괴롭히는 해충은 진딧물, 배추좀나방, 청벌레(배추흰나비 유충), 벼룩잎벌레 등 열 가지가 넘습니다. 정식 후 30일이 지나면 결구가 시작되는데, 이 시점 이전에 잎을 벌레에 다 뜯기면 이후에 영양제를 아무리 투입해도 속이 차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결구가 안 되면 비료 문제로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잎 면적이 줄어든 것이 더 큰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구가 시작된 30일 이후에 진딧물(진물)이 속으로 파고들면, 그때부터 약을 쳐도 내부에 들어간 해충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식 초기부터 4~5일 간격으로 방제를 해야 하는데, 주말에만 텃밭에 나갈 수 있는 현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스케줄입니다. 저도 매번 그 간격을 지키지 못해서 결국 선택한 방법이 한랭사(寒冷紗) 피복이었습니다. 한랭사란 실처럼 가느다란 섬유를 성글게 짜서 만든 망으로, 빛과 바람은 통과하되 나방이나 나비 같은 해충의 침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자재입니다.

    비용 면에서도 계산이 명확합니다. 농약 한 병이 2만 원을 넘는 제품도 있고, 보통 두세 가지를 섞어서 수확까지 반복 살포해야 합니다. 반면 한랭사는 한 번 구입하면 3~5년은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출처: 농사로(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에서도 물리적 방제와 생물적 방제를 병행할 경우 화학 농약 의존도를 40~50% 줄일 수 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한랭사를 쓴 이후로 배추 농약 살포 횟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그 사이에 뿌리 활착제·해조 추출물 엽면 시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엽면 시비(葉面施肥)란 잎 표면에 직접 영양액을 뿌려 흡수시키는 방법으로, 뿌리 흡수보다 반응 속도가 빠른 게 특징입니다.

    요약: 한랭사 피복으로 해충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면 농약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작물 스트레스도 함께 낮출 수 있습니다.

    한랭사 피복
    한랭사 피복

    자주 묻는 질문

    Q. 배추 심는 시기를 놓쳤는데 늦게 심어도 되나요?

    A. 배추는 선선한 기후를 좋아하는 작물이라 한여름 고온이 꺾인 뒤에 심으면 오히려 잎이 빠르게 올라옵니다. 단, 너무 늦어지면 기온이 떨어지면서 결구가 안 되는 문제가 생기므로, 지역별 평균 첫서리 날짜를 역산해서 정식 시기를 잡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심는 시기보다 밭 준비 순서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Q. 배추 속이 시커멓게 썩는 이유가 뭔가요?

    A. 가장 많은 원인은 붕소결핍입니다. 붕소가 부족하면 세포 분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구 내부가 갈변하거나 썩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석회고토를 배추 심기 직전에 뿌렸다면 붕소가 토양에 고정되어 흡수가 차단되는 경우도 있으니, 투입 순서와 시기를 다시 점검해보는 게 먼저입니다.

     

    Q. 한랭사를 씌우면 배추가 웃자라지 않나요?

    A. 한랭사는 빛 투과율이 높은 소재라 웃자람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통기성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어서 고온 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 무름병 위험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모종 간격을 40cm 이상 넉넉하게 확보해 통풍을 유지하면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Q. 뿌리혹병은 약으로 고칠 수 있나요?

    A. 뿌리혹병(根癌病)은 곰팡이의 일종인 Plasmodiophora brassicae가 원인으로, 발병 이후 약제로 치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정식 전 밭 만들기 단계에서 예방 목적의 살균제를 토양에 혼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같은 자리에 십자화과 작물을 연속으로 심으면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윤작(輪作)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배추 농사에서 제가 깨달은 건 하나입니다. 순서가 틀리면 아무리 부지런해도 결과가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석회고토 투입 시기, 퇴비 가스 기다리기, 붕사 넣기, 침지 후 정식, 한랭사 피복까지 각 단계마다 이유가 있고, 하나라도 건너뛰면 그 빈자리가 수확철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저는 한 번 실패하고 나서야 이 순서의 무게를 체감했습니다.

    올가을 김장 배추를 직접 키워보려는 분이라면, 지금 당장 밭 상태부터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퇴비를 넣었다면 7일을 기다리고, 붕사는 평당 5g, 한랭사는 정식 직후부터 씌우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작년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DhPQUjyb7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