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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올해 8월에 배추 모종을 심으면 다 죽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한낮 땡볕 아래 심어놓은 모종이 다음 날 아침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의 그 허탈함은 겪어봐야 압니다. 2026년처럼 유달리 더운 여름에는 전문 농가 기준의 파종 일정을 텃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파종 시기, 왜 올해만큼은 달라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겨울 김치용 배추의 파종 시기는 중부 지방 기준으로 8월 초에서 중순 사이입니다. 여기서 파종(播種)이란 씨앗을 밭에 직접 뿌리거나 트레이에서 싹을 틔우는 작업 전체를 가리킵니다.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이식(移植)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두 단계 모두 기온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기온이 35도를 넘어가는 날에 트레이 파종을 하면 발아 자체가 잘 안 됩니다. 씨앗이 고온에서 휴면 상태에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배추 발아 적정 온도는 15~20도 내외로 알려져 있어, 한여름 지표면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는 환경에서는 아무리 물을 줘도 발아율이 뚝 떨어집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그렇다면 텃밭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선택지는 뭘까요? 제 경험상 이건 간단합니다. 9월 초에서 중순 사이로 이식 시기를 2주 정도 늦추는 것입니다. 수확 시기도 그만큼 뒤로 밀리게 되지만, 어차피 일반적인 김장철은 11월 하순에서 12월 초순이므로 오히려 제철에 딱 맞아 떨어집니다. 늦게 심었다고 손해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김장 타이밍에 더 잘 맞을 수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남부 지방은 첫서리가 늦게 오는 만큼 9월 중순에서 하순까지도 이식이 가능합니다. 수확은 12월 초에서 중순 사이로 잡으면 됩니다. 반대로 고산 지대는 8월 말부터 심을 수 있지만, 대부분 상업 재배 목적이라 일정을 함부로 늦출 수 없는 구조입니다. 텃밭과 농장의 사정이 다르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직파(直播) 문제입니다. 직파란 모종을 따로 키우지 않고 씨앗을 밭에 바로 뿌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모종을 이식할 때 생기는 뿌리 스트레스가 없어 병충해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처럼 8월 기온이 예외적으로 높은 해에는 싹을 틔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직파는 사실상 포기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올해 저도 직파를 시도했다가 결국 한 포기도 살리지 못했으니까요.
- 중부 지방 모종 이식 적정 시기: 9월 초~중순 (폭염 해 기준)
- 남부 지방 이식 시기: 9월 중순~하순, 수확은 12월 초~중순
- 배추 발아 적정 온도: 15~20도 내외 (35도 이상 환경에서 발아율 급락)
- 직파는 폭염 해에 사실상 비권장, 모종 이식으로 대체할 것
- 이식 시기를 2주 늦춰도 김장철 수확 타이밍과 충분히 맞아떨어짐

폭염 대처와 모종 관리, 이 순서로 하지 않으면 또 죽습니다
모종을 언제 심느냐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 심느냐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이른 아침에 심으면 당연히 낫겠지 싶었는데, 막 심은 모종이 한낮 더위를 고스란히 맞는 구조가 된다는 걸 깜빡했던 겁니다. 모종이 이식 직후 가장 취약하다는 걸 감안하면, 해질 무렵에 심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래야 모종이 서늘한 밤 사이에 뿌리를 어느 정도 안정시킬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닐 멀칭(Mulching) 문제입니다. 멀칭이란 작물 주변 토양을 비닐이나 짚 같은 재료로 덮어 잡초 발생을 억제하고 수분 증발을 막는 재배 기법을 말합니다. 봄 작물에는 확실히 효과적이지만, 가을 배추처럼 심는 시기가 더울 때는 비닐 아래 열이 축적되어 모종 뿌리 부분이 타버릴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가을 배추는 심을 때는 덥지만 갈수록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잡초 걱정이 봄보다 훨씬 덜합니다. 굳이 멀칭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비닐 멀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종을 심을 때 비닐에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찢어진 부분이 생기기 쉬운데, 찢어진 틈새 안쪽에 열이 집중되어 모종 줄기가 말 그대로 익어버립니다. 저도 이걸 놓쳤다가 모종 밑동이 잘록하게 썩어 들어가는 경험을 한 적 있습니다. 찢어진 비닐 부위는 반드시 흙으로 눌러 덮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폭염 대처법은 차광망 설치입니다. 차광망(遮光網)이란 햇빛의 일부를 차단해 작물이 받는 광량과 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농업용 그물 소재를 말합니다. 지지대를 세워 활 모양 고리를 만들고, 그 위 중앙 부분에만 차광망을 덮는 방식이 가장 좋습니다. 양쪽은 열어두어 통풍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밀폐하면 오히려 내부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한낮 직사광선 아래 지표면 온도는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아질 수 있어, 이 차광 처리 하나만으로도 모종 생존율이 크게 달라집니다(출처: 기상청).
결내성(結內性), 즉 배추 속이 꽉 차는 결구(結球) 능력도 이 시기 관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구란 배추 잎이 안쪽으로 겹쳐 단단하게 뭉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식 초기에 모종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결구가 불완전해지거나 아예 벌어진 채로 자라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식 직후 차광과 물 관리를 제대로 해주는 게 맛있는 김치와도 직결됩니다. 저도 한 해는 초기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속이 텅 빈 배추를 수확한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은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내한성(耐寒性)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내한성이란 작물이 낮은 기온을 견디는 능력을 말합니다. 김치용 배추는 영하 5도에서 8도까지 견딜 수 있을 만큼 내한성이 강한 작물입니다. 심는 시기를 늦췄다고 서리에 얼어 죽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데, 중부 지방 기준으로 11월 말까지는 노지 재배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상 한파 예보가 뜰 때만 흰색 부직포로 덮어주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9월에 배추 모종 심으면 너무 늦는 거 아닌가요?
A. 텃밭 기준으로는 전혀 늦지 않습니다. 9월 초~중순 이식 기준으로 71~75일 재배하면 11월 중순~하순 수확이 가능한데, 이게 오히려 일반적인 김장철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판매용 농가와 텃밭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Q. 차광망은 얼마나 오래 씌워 두어야 하나요?
A. 이식 후 5~7일 정도면 뿌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습니다. 그 이후 아침저녁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면 차광망을 걷어내도 됩니다. 너무 오래 씌워두면 광합성이 부족해져 오히려 생육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Q. 직파와 모종 이식 중 뭐가 더 좋은가요?
A. 기온이 안정된 해라면 직파가 이식 스트레스가 없어 병충해에 더 강합니다. 다만 2026년처럼 8월 기온이 유달리 높은 해에는 발아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모종 이식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직파는 발아 적정 온도인 15~20도가 보장되는 환경에서만 시도하는 편이 좋습니다.
Q. 서리가 내리면 바로 배추를 수확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배추는 내한성이 강해 영하 5~8도까지 견딥니다. 서리가 몇 번 내린다고 바로 수확할 필요는 없고, 영하 기온 예보가 꾸준히 이어질 때 흰색 부직포를 덮어주면 중부 지방 기준으로 11월 말까지는 노지에서 충분히 버팁니다.
Q. 비닐 멀칭 없이 심으면 잡초 관리가 너무 힘들지 않나요?
A. 봄 작물에 비해 가을 배추는 잡초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심을 때는 덥지만 이후 기온이 계속 내려가면서 잡초 성장 속도 자체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폭염 속 비닐 멀칭은 잡초보다 모종을 먼저 죽일 수 있으니, 저는 멀칭 없이 심는 쪽을 권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폭염이 기록적인 해에는 전문 농가의 파종 일정을 텃밭에 그대로 적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9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차광망을 준비하고 해질 무렵에 심는 것, 그게 제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방법입니다. 배추의 내한성을 믿고, 수확 시기가 조금 늦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오히려 김장철에 더 잘 맞는 배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올해 폭염에 지쳐 밭 준비가 늦어졌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 기온이 내려오기 시작할 때, 차광망 하나 챙겨서 느긋하게 심어보시길 바랍니다. 서두른다고 배추가 더 잘 자라지는 않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yA0Mkmsg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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