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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처음 몇 해 동안 잎이 노랗게 변하는 것만 보고 참깨를 베었습니다. 그 결과 꼬투리 안이 절반도 차지 않은 쭉정이를 수도 없이 쏟아냈고, 기름 짜는 날 수율이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아랫잎 황화(黃化)는 수확의 신호가 아니라 꼬투리를 들여다보라는 예고일 뿐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순지르기,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참깨 생장점(生長點) 순지르기, 즉 적심(摘心)은 많이들 알고 있지만 정작 언제 해야 하는지는 제대로 알고 실행하는 분이 드뭅니다. 여기서 생장점이란 줄기 맨 끝에서 새 잎과 꽃을 계속 만들어내는 조직을 말합니다. 이 부분을 잘라내지 않으면 식물은 수확 직전까지도 새 꽃을 피우는 데 양분을 씁니다.
제가 직접 밭에서 확인해보니, 윗부분 생장점을 제때 잘라주지 않은 포기는 아랫 꼬투리는 노랗게 익어가는데 맨 끝에는 아직 작고 하얀 꽃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꽃이 꼬투리로 자라봤자 씨앗이 여물 시간이 없으니 결국 쭉정이로 끝나는 겁니다. 이미 달려 있는 꼬투리 속 씨앗을 충실히 채우려면, 새 꽃을 만드는 에너지 소비를 멈춰야 합니다.
적심 시점의 기준으로는 예상 수확일보다 약 20~25일 앞, 또는 첫 꽃이 핀 후 35~40일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만 외워서 같은 날 일괄 처리하는 방식은 제 경험상 맞지 않았습니다. 파종일, 품종, 그해 기온과 강수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날짜보다 꽃이 얼마나 남았는지, 윗부분 꼬투리가 얼마나 형성됐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뒤 결정합니다. 너무 일찍 자르면 아직 달릴 수 있는 꼬투리 수를 스스로 줄이는 꼴이 됩니다.

수확 시기, 4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기
잎이 노랗게 변한다고 바로 낫을 드는 건 제가 초기에 가장 많이 한 실수였습니다. 아랫잎 황화는 수확 신호가 아니라 꼬투리를 본격적으로 살피기 시작하라는 신호입니다. 병해나 수분 스트레스로 잎이 일찍 노랗게 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잎 색깔만 보고 수확일을 정하면 전혀 다른 원인을 수확 신호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기준은 네 가지입니다.
- 아랫잎 황화: 수확이 가까워지는 1차 신호. 이때부터 꼬투리 점검에 들어갑니다.
- 하위 꼬투리 개열(開裂) 여부: 가장 아래쪽 꼬투리 2~3개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수확 적기가 임박한 겁니다. 여기서 개열이란 꼬투리가 익어 껍질이 갈라지는 현상으로, 이 단계가 넘어가면 씨앗이 땅으로 떨어집니다.
- 중간 꼬투리 충실도: 가운데 꼬투리를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고 묵직하게 차 있으면 적기입니다. 물렁하거나 납작하면 더 기다려야 합니다.
- 파종일과 품종 생육 기간: 일반 품종은 파종 후 약 100~110일을 기준으로 집중 관찰 시기에 들어갑니다. 이 숫자는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언제부터 밭을 매일 들여다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알람입니다.
저는 요즘 포기 하나를 골라서 아래·중간·위 세 층의 꼬투리를 함께 들여다봅니다. 세 층이 동시에 완벽하게 익는 시점은 없습니다. 아래가 개열 신호를 보내는데 가운데가 충분히 찼다면, 그것이 전체 수확량을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 국립식량과학원 자료에서도 참깨 수확 적기를 "하위 꼬투리 개열 시작 시점"으로 정의하고 있어, 현장 관찰과 일치합니다(출처: 국립식량과학원).
수확 전 15~20일, 수분 관리가 품질을 가릅니다
수확이 가까워지면 아랫잎이 노래지는 게 신경 쓰여서 비료나 물을 더 주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시기에 질소(N) 비료를 추가로 투입하면 잎과 줄기에 영양생장이 다시 촉진되어 씨앗으로 가야 할 광합성 산물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갑니다. 여기서 영양생장이란 뿌리·줄기·잎이 자라는 과정을 말하며, 수확 직전에는 씨앗을 채우는 생식생장(生殖生長)에 집중해야 합니다.
수분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깨는 건조에 비교적 강하지만, 씨앗이 차는 시기에 극심하게 마르면 립 충실도(粒充實度), 즉 씨앗 하나하나가 얼마나 꽉 차는지가 떨어집니다. 반대로 물을 자주 주면 뿌리 호흡이 방해를 받고 꼬투리가 썩을 수 있습니다. 특히 비닐 멀칭 밭은 표면만 봐서는 속 수분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손가락을 5cm 깊이로 찔러서 흙이 서늘하고 살짝 습기가 느껴지면 그냥 두고, 완전히 건조하게 부서지는 느낌이면 그때 한 번 줍니다.
비가 많이 온 직후에는 물을 주기보다 고랑 배수 상태를 먼저 확인합니다. 물이 고랑에 오래 고여 있으면 뿌리가 산소 부족으로 약해지고, 이것이 잎 황화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농촌진흥청 작물별 재배 매뉴얼에서도 참깨 후기 과습을 수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탈곡을 편하게 하는 방법, 방수포와 망이 핵심입니다
베고 나서 탈곡 과정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잎과 줄기 부스러기가 참깨에 섞이면 나중에 기름을 짤 때도, 판매할 때도 골치입니다. 제가 써본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건 바닥에 방수포를 깔고 그 위에 탈곡망을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탈곡망이란 그물망 형태의 망으로, 참깨 다발을 두드릴 때 씨앗은 아래로 떨어지고 잎·줄기·꼬투리 껍데기는 망 위에 걸리도록 하는 도구입니다. 이 방법을 쓰면 1차 탈곡 직후 부스러기를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는 수고가 크게 줄어듭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망을 걷어내고 다시 까는 게 번거롭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정리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1차 탈곡을 마친 참깨는 작은 비닐에 담아 입구를 묶어두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동 중에 쏟아지거나 수분을 흡수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2차 탈곡 때도 씨앗이 여기저기 튀지 않습니다. 탈곡 방향은 다발을 그대로 내리치는 방식이 기본인데, 제 경험상 1차보다 2차에서 오히려 더 많은 참깨가 나옵니다. 처음 두드릴 때 덜 익은 꼬투리가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가, 며칠 건조 후 2차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손 수확의 경우에는 너무 큰 다발로 묶으면 안쪽까지 바람이 통하지 않아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환기가 잘 되는 크기로 나눠 묶고 그늘에서 충분히 말려야 합니다. 기계 수확의 경우에는 손 수확보다 조금 이른 시점, 즉 하위 꼬투리가 막 개열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진행해야 기계 충격으로 인한 탈립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참깨 아랫잎이 노래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베면 안 되나요?
A. 아랫잎 황화만으로 바로 수확하는 건 이릅니다. 이 신호는 꼬투리를 본격적으로 살피기 시작하라는 1차 알람에 가깝습니다. 실제 수확 적기는 하위 꼬투리 2~3개가 개열(껍질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중간 꼬투리가 단단하게 찼을 때입니다. 잎 색깔만 보고 베면 아직 여물지 않은 꼬투리를 잃게 됩니다.
Q. 참깨 순지르기(적심)를 너무 늦게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너무 늦게 적심하면 이미 윗부분 꼬투리가 여물 시간이 부족해져 순지르기의 효과가 크게 줄어듭니다. 새 꽃에 쓰이던 양분이 기존 꼬투리로 돌아오는 기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상 수확일보다 최소 20일 이상 앞서 꽃의 상태를 확인한 뒤 적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수확 직전에 잎이 노래지는데 비료를 주면 회복되나요?
A.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기에 질소 비료를 추가하면 영양생장이 다시 촉진되어 씨앗으로 가야 할 양분이 잎과 줄기로 빠져나갑니다. 잎을 다시 푸르게 만드는 것보다 이미 달린 꼬투리 속 씨앗의 립 충실도를 높이는 것이 이 시기의 목표입니다. 자극을 줄이고 토양 수분만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Q. 탈곡할 때 잎 부스러기가 너무 많이 섞이는데 어떻게 줄이나요?
A. 방수포 위에 탈곡망을 설치하면 두드릴 때 씨앗은 아래로, 잎·줄기·꼬투리 껍데기는 망 위에 걸러집니다. 1차 탈곡 후 바로 작은 비닐에 담아 입구를 묶어두면 이동 중 혼입도 막을 수 있습니다. 2차 탈곡까지 마치면 혼입물이 크게 줄어 기름 짤 때 품질에도 차이가 납니다.
결론
참깨 한 포기를 수확하기까지는 파종부터 따지면 100일이 넘는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 시간을 온전히 건지느냐 마느냐는 마지막 3~4주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잎 색깔 하나로 결정하지 않고, 적심 타이밍을 꼼꼼히 챙기고, 수분 관리를 절제하며 꼬투리 세 층을 매일 들여다보는 것. 이것이 제가 몇 해의 실패 끝에 정착한 방식입니다.
국내산 참깨는 재배부터 수확까지 노동력과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수확 직전 며칠의 판단 실수가 한 해 농사 전체 수익성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옆 밭이 오늘 벤다고 따라 베지 않습니다. 제 밭의 상태가 먼저고, 날씨는 그 기간 안에서 가장 좋은 날을 고르는 마지막 조건입니다. 올해도 꼬투리 상태를 직접 확인하며 적기를 잡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N7sRPQS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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