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나면 텃밭 한켠이 괜히 비어 보이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저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 자리에 뭘 심지?'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쪽파 종구를 한 움큼 들고 나오게 됩니다. 쪽파는 심는 시기와 간격만 제대로 잡아도 김장 때까지 세 번은 뽑아 쓸 수 있는 작물이라, 텃밭 초보분들도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합니다.쪽파 심는 시기,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적기일까쪽파 재배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지금 심어도 되나요?"입니다. 9월 중순이 지나면 늦었다고 보는 분들도 계신데, 제가 직접 해봤더니 10월 초까지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물론 9월에 심은 것보다 구가 굵어지는 속도는 느리지만, 그렇다고 실패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저는 세 시기로 나눠서 심는 방식을 몇 해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추석..
땅콩을 심어 놓고 그냥 물만 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처음 몇 해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수확철에 흙을 파헤쳐 보면 꼬투리가 텅텅 비어 있거나, 한 포기에서 손에 꼽을 만큼만 나오는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원인은 단 두 가지였습니다. 추비 시기를 놓친 것, 그리고 자방병이 땅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멀칭 비닐이 막고 있었던 것. 이 두 가지를 바로잡고 나서야 수확량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꽃이 피는 순간이 추비 타이밍이다땅콩의 전체 생애 주기는 대략 135일, 약 네 달 반입니다. 이 기간을 45일 단위로 3등분하면 각각 중요한 생육 변환점과 맞아떨어집니다. 제가 직접 재배 일지를 써가며 확인한 결과, 이 45일 주기는 꽤 정확하게 들어맞았습니다.첫 번째 변환점은 개화기(開花期)입니다. 개화기란 식..
배추 겉잎이 시퍼렇게 멀쩡해 보이는데 칼을 대면 속이 텅 비어 있던 적,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8월 20일에 모종을 심어 40일째 되던 날 처음으로 결구가 시작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겉으로는 잘 자라는 것 같았는데, 물 관리 하나를 바꾼 뒤로 속이 차는 속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결구 시점에 놓치기 쉬운 물주기, 2차 추비, 그리고 잎 벌려주기 작업까지 제가 직접 해본 방식을 기록합니다.결구 시작 후 물주기와 추비,팩트부터 짚기일반적으로 배추는 물을 사흘에 한 번 주면 충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결구(結球) 시점에는 이 기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구란 배추 안쪽 잎들이 안으로 오므라들며 속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때 잎 하나하나가 수분을 팽압(膨壓)으로 버텨가며..
파종 20일쯤 지나면 밭에 나가 무 한 포기 옆을 살짝 건드려 보십시오. 잎이 노랗게 뜨거나 속이 비어버린 무를 수확하고 나서야 "그때 관리를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한 적이 저도 한 번이 아닙니다. 파종 후 30~50일 사이가 뿌리가 가장 빠르게 굵어지는 시기인데, 이 구간 직전에 해줘야 할 작업들을 그냥 지나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솎음작업)크기 말고 이 기준으로 골라야 합니다일반적으로 솎음작업은 "그냥 작은 것 빼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 몇 해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크기만 보고 솎으면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나중에 속이 갈라지거나 기형으로 크는 경우가 꽤 생깁니다.솎음작업이란, 한 구멍에서 여러 개가 올라온 무 중 가장 튼..
퇴비를 많이 넣을수록 배추가 잘 된다고 믿고 계셨다면, 이 글을 먼저 읽어보시길 잘 하셨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직접 심어보니 퇴비를 넉넉히 넣은 해에 오히려 무름병이 와서 배추를 절반 가까이 날렸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밭 만들기 방식을 완전히 바꿨고, 올해 40포기를 먼저 심었는데 지금까지 해충 피해 하나 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달리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드립니다.밭 만들기,퇴비보다 뺄 것을 먼저 따지는 게 맞습니다배추 농사에서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이 "퇴비를 충분히 넣어라"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가축분 퇴비나 복합유기질 비료를 눈대중으로 듬뿍 넣으면 질소 과잉 상태가 됩니다. 여기서 질소 과잉이란,..
모종을 심고 나서 며칠 지나도 안 죽고 잘 버텨주니 괜찮나 싶었는데, 나흘째 되던 날 밭에 나가보고 그만 말문이 막혔습니다. 잎이 반쯤 사라져 있었고, 성장점 부근은 거의 초토화 직전이었습니다. 김장배추 모종을 심은 뒤 언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몸으로 배운 경험을 정리했습니다.모종 심은 직후, 왜 자꾸 죽는 걸까농약방에서 김장배추 모종을 사다 심으면 처음 며칠은 그럭저럭 버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잎이 처지거나 아예 쓰러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게 단순히 물 부족 문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여름철 하우스 재배 환경에서는 특히 문제가 됩니다. 하우스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증산 작용, 즉 잎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데, 뿌리가 아직 흙에 완전히 ..
솔직히 저는 올해 8월에 배추 모종을 심으면 다 죽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한낮 땡볕 아래 심어놓은 모종이 다음 날 아침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의 그 허탈함은 겪어봐야 압니다. 2026년처럼 유달리 더운 여름에는 전문 농가 기준의 파종 일정을 텃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파종 시기, 왜 올해만큼은 달라야 할까요?일반적으로 알려진 겨울 김치용 배추의 파종 시기는 중부 지방 기준으로 8월 초에서 중순 사이입니다. 여기서 파종(播種)이란 씨앗을 밭에 직접 뿌리거나 트레이에서 싹을 틔우는 작업 전체를 가리킵니다.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이식(移植)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두 단계 모두 기온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기온이 35도를 넘어가는 날에 트..
솔직히 저는 배추 농사를 만만하게 봤습니다. 몇 년 전, 밭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모종부터 사 들고 나갔다가 결구(結球)가 하나도 안 된 채로 수확철을 맞았습니다. 여기서 결구란 배추 속이 동그랗게 꽉 차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게 안 되면 배추를 기른 게 아니라 그냥 잎 채소 하나 키운 셈입니다. 그 해 김장은 결국 포기당 만 원이 넘는 시장 배추로 때웠습니다. 80포기면 계산이 금방 나오죠. 그 실패 이후로 배추만큼은 순서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따져보게 됐습니다.밭 만들기: 석회고토·퇴비·붕소의 순서가 전부입니다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석회고토(苦土石灰) 사용 시기였습니다. 석회고토란 토양 산도(pH)를 교정하고 마그네슘을 보충하는 토양 개량제로, 배추를 심기 직전에 퇴비와 함께 뿌리..
9월 중순에 배추를 심으면 결구가 안 된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저도 처음엔 그 말을 믿고 무조건 8월 말에 서둘러 심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밭에 나가보니 혹독한 더위에 어린 모종이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걸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심는 날짜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결구 형성, 날짜보다 온도가 먼저입니다8월 30일에 심어야 결구가 생기고 9월 10일에 심으면 결구 없이 수확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초 중부 지방 낮 기온이 32~34도를 오르내리던 날, 8월 말에 심어둔 배추 모종들이 뿌리도 제대로 못 내리고 시들어가는 걸 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배추는 냉량 작물(cool-season crop)..